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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기획]〈제주 노포 열전 ④〉 공단 골목의 30년, 부자가 끓인 한 그릇 — 화북 '다맛국수'

  • 강민수 기자
  • 입력 2026.07.06 18:1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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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솥 앞에 선 지 30년, 화북공단 노동자들의 든든한 한 끼를 지켜왔다. 맑은 국물에 다데기를 풀어 두 번 맛보는 순댓국, 순대국수 — 이 집 순대는 두 그릇으로 완성된다.

[제주 노포 열전] 네 번째 이야기 — 화북공단 골목, 30년째 자리를 지켜온 부자(父子)의 국숫집을 찾았다.

공장 셔틀버스가 지나가고 지게차 소리가 골목을 채우는 화북공단. 이곳 한켠에 '다맛국수'가 있다. 간판에는 "Since 1996"이 선명하다. 30년 가까이 이 자리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국수를 말아온 집이다. 순대백반과 순대국수, 두 그릇이 이 집의 전부이자 전력이다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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▲ 화북공단 골목의 다맛국수 옛 간판 ⓒ 탐라뉴스

◆ 공단 골목, 30년 부자의 자리

화북공단은 흔히 공장만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. 그러나 이런 지역일수록 오래된 밥집이 버티고 있는 경우가 많다.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의 끼니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. 다맛국수는 그 역할을 30년 가까이 해온 곳이다.

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주방을 지킨다는 점은 이 집을 단순한 노포 이상으로 만든다. 손맛이 대를 건너 이어진다는 것은, 조리법만이 아니라 이 자리를 지키겠다는 감각까지 함께 물려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.

공장만 있는 줄 알았던 골목에, 30년째 부자가 지키는 국숫집이 있었다.

◆ 처음 보는 국물, 반투명한 첫인상

자리에 앉아 국밥을 받아 든 순간, 가장 먼저 눈을 붙잡는 것은 국물의 색이다. 흔히 알던 순대국밥의 뽀얗거나 붉은 국물이 아니라, 반투명에 가까울 만큼 맑다. 제주에서 여러 순대국밥집을 다녀봤다 해도 좀처럼 마주치기 힘든 비주얼이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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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집은 국밥을 토렴 방식으로 낸다. 뜨거운 육수를 밥과 내장에 여러 차례 부었다 따라내며 온도를 서서히 끌어올리는, 손이 많이 가는 옛 조리법이다. 급하게 끓여 붓는 국밥과 달리, 밥알 하나하나까지 온기가 고르게 스며든다.

 

◆ 국물을 두 번 맛보는 법

매운 양념(다데기)은 국물에 미리 풀려 나오지 않는다. 따로 종지에 담겨 나와, 손님이 직접 넣는 양과 시점을 정할 수 있다. 실제로 다데기를 넣지 않은 채로 국밥을 반쯤 비우면, 맑은 국물 본연의 담백한 맛을 먼저 느낄 수 있다.

그 다음 남은 절반에 다데기를 풀면, 같은 그릇이 완전히 다른 국밥으로 바뀐다. 이 집의 다데기는 국산이 아닌 중국산 고춧가루를 쓰지만, 오래 숙성된 특유의 향이 살아 있어 자극적이기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다. 한 그릇으로 두 번 다른 맛을 보는 셈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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▲ 반쯤 비운 뒤 다데기를 덜어 국물 맛을 바꾼다 ⓒ 탐라뉴스

 

여기에 내장이 아낌없이 들어간다. 간, 염통, 허파, 콩팥 등 다양한 부위가 푸짐하게 올라오는 것은 제주 순대국밥집들의 공통된 특징이지만, 다맛국수는 그 구성이 유독 실하다는 평이 많다. 내장 특유의 잡내 없이 깔끔하게 삶아낸 손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맛이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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◆ 선지와 보릿가루 — 전통이 채소를 만나기까지

제주 전통 순대는 원래 밥이나 채소를 넣지 않았다. 선지에 보릿가루, 메밀가루, 다진 마늘과 파만 섞어 만드는 것이 본래 방식이었다. 돼지를 잡는 잔치나 상(喪)이 있을 때 만들어 먹던 음식이었기에,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도록 기름기를 최대한 줄인 것도 이 때문이다.

지금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, 채소가 듬뿍 들어간 순대는 사실 오래된 전통이 아니다. 30~40년 전부터 제주에서 채소 농사가 활발해지면서 비로소 순대 속에 채소가 섞이기 시작했다. 다맛국수의 순대 역시 이런 변화의 흐름 위에 있는 셈이지만, 선지와 곡물 위주의 옛 방식이 지닌 담백함은 여전히 짙게 남아 있다.

◆ 순대국수, 짬뽕을 닮았지만 다른 맛

순대백반만 먹고 돌아갔다면 아쉬울 뻔했다. 이 집 순대국수는 순대국밥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졌다. 국물이 한결 가볍고 깔끔하며, 비주얼만 보면 얼큰한 짬뽕 국물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담백하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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▲ 순대국수 — 맑은 국물에 순대와 면이 넉넉하다 ⓒ 탐라뉴스

 

국수 위에도 순대가 푸짐하게 올라간다. 제주 하면 흔히 떠올리는 고기국수와는 분명히 다른 갈래의 한 그릇이다. 순댓국과 순대국수, 어느 하나도 포기하기 어렵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.

◆ 사라진 메뉴, 소내장탕의 기억

지금은 메뉴판에서 내려간 음식이 하나 있다. 소내장탕이다. 뚝배기 속에서 국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그 한 그릇은, 순댓국과는 또 다른 결의 별미였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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▲ 지금은 사라진 메뉴, 소내장탕 ⓒ 탐라뉴스

 

낮술로 곁들인 소주 한 잔과 함께였던 그 시절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. 메뉴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운 이유다. 노포의 세월이 길어지는 동안, 자리를 지킨 메뉴가 있는 만큼 조용히 사라진 메뉴도 있다는 것을 소내장탕이 말해준다.

◆ 옮겨진 간판, 남겨진 온기

다맛국수의 원래 간판은 지금 자리가 아니라 근처 다른 건물에 붙어 있었다고 한다. 지금은 그 옛 간판이 자리를 옮겨 다른 건물에 걸려 있고, 정작 식당은 새 자리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중이다. 오래 다닌 손님이라면 지나치다 헷갈릴 법한, 작지만 분명한 이전의 흔적이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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▲ 새로 걸린 간판엔 "Since 1996"이 새겨져 있다 ⓒ 탐라뉴스

 

밑반찬은 화려하지 않다. 그러나 곁들여 나오는 깍두기는 유독 아삭하고 시원해, 진한 국물 사이사이 입을 가볍게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. 식사를 마친 뒤에는 셀프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챙겨 마실 수 있다. 큰 장식 없이도 손님을 배웅하는 나름의 방식이다.

다만 주차는 넉넉하지 않다. 공단 골목이라는 입지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, 처음 찾는 이라면 미리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.

 

다맛국수 (클릭시 네이버지도 열림)
▶ 위치: 제주 제주시 선반로6길 21 1층 (제주 화북공단 내 위치)
▶ 영업시간: 08:00 ~ 15:00 (매주 일요일 휴무)
▶ 전화번호: 756-1101 
▶ 대표메뉴: 순대백반, 순대국수, 고기국수
▶ 주차: 협소, 인근 골목 주차 이용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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